조현오
"제복입은 공무원 부적절 언행"…
문책성 인사
이명박 대통령이 전국의 일선 경찰관들에게 설을 앞두고 보낸 격려 문자메시지에 한 경찰 간부가 '(대통령을) 심판하겠다'라는 요지의 답신을 보낸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.
27일 경찰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설 연휴 첫날인 21일 경찰에 보낸 메시지에서 "남들이 쉴 때 늘 쉬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여러분에게 늘 고마운 마음"이라며 "대한민국 국민은 여러분을 의지하고 또 신뢰한다"고 격려했다.
그러나 대통령의 이런 문자메시지에 지방 경찰서에서 수사과장을 맡는 한 경감급 간부가 "검찰 공화국을 검찰 제국으로 만드셔 놓고 무슨 염치로 이런 문자를 일선 경찰관에게 보내셨느냐"며 "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한 처사, 시대를 거꾸로 돌려놓으신 행보에 대해 제복을 입은 시민이자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반드시 심판하겠습니다"라고 답변 메시지를 보냈다.
경찰 간부가 이런 내용의 답신 메시지를 보내자 조현오 경찰청장은 강력히 유감을 표명했다.
조 청장은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"제복을 입은 공무원으로서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부적절한 내용으로 답변을 보냈다. 매우 실망스럽고 경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"이라고 규정했다.
조 청장은 "수사권 조정 문제로 형사들이 수갑을 반납하는 행위를 국민은 밥그릇 챙기기로 비난했던 기억이 있다"면서 "개인의 무분별한 감정적 언행은 국민이 등을 돌리게 할 뿐"이라고 지적하고 "현직 경찰관의 의사 표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"고 강조했다.
경찰은 25일 자로 단행된 경감·경정급 정기인사에서 해당 간부를 문책성으로 전보 인사 조치했다.
이 간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문자메시지 사진을 올렸다가 삭제하면서 "일선 경찰관으로서 최근 수사권 조정이 잘못된 점을 잊지 말자는 뜻을 동료분들과 공유하고자 페이스북에 (사진을) 올린 것인데 의도와 다르게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으로 오해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"는 글을 올렸다.
그의 페이스북에는 문자 메시지 답신에 대한 응원 글이 수십건 올라와 있다.
한편, 해당 경찰관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책성 인사에 대해 수긍이 간다는 입장을 밝혔는바,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경찰관으로서의 위치에서 위와 같은 의사표시가 정당하고 올바른 방법이었는지에 대한 좀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지 않았나 본다.